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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셈 기업문화

해외사업, 숨겨진 Real Story

by EXEM 2009. 2. 24.


2005년 3월, EXEM의 일본사업을 시작하면서 발표한 팀장님 프레젠테이션 자료의 한줄이었지만 지난 몇해동안은 너무나도 무겁게 알게모르게 내 머릿속을 짓눌러 왔었다. 덕분에 우리는 밥상을 새로 차리고 수차례 큰 손님을 치러 보면서 이제는 세세한 입맛까지 신경쓰면서 또다른 반찬거리를 고민하고 있다. 아직 일본시장에서 승자가 되기위한 과정에 서 있지만, 지난 4년을 잠시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희망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개인적인 소회에 가깝지만 우리해외사업을 조금더 이해하는데 보탬이 되었는면 하는 바램도 있다.

한 국가에서 어느정도 보편화된 제품이 국경을 넘어 보급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일까? 일개 개발엔지니어에서 IT비지니스 전체를 보고자 참여하게 된 나에게는 흥미로운 연구대상이었다. 흔히들 다른 곳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타당한 듯 하면서도 애매한 표현이다. 한가지 알기쉬운 예를 들어보자.

국제공항에 가면 공항리무진버스가 있다. 인천공항이나 나리따공항도 예외는 아닌데, 한번 타본 분들은 금방 그 문화의 차이를 알게된다. 인천공항에서는 운전기사가 요금도 받고 짐도 싣고 운전도 한다, 그 결과 운임은 10,000원 전후로 저렴하다. 나리따공항에서는 매표/요금, 짐, 운전 각각 담당자가 따로 있고 운임은 3,000엔 전후로 비싼 편이다. 제도, 작업방법, 소비성향등에서 오는 차이로 품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어쩌면 비효율적으로 보일 정도로 일본은 분업화가 발달되어 있다. 흔히들 일본시장이 한국시장의 10배라고 말하는데, 이런 분업화된 서비스 비용과 안전비용이 반영된 부분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하나 일본시장의 큰 매력으로 들수 있는 것이, 안전중시의 비지니스성향으로 인해 한번 정착된 성공사례가 오래 지속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 부분은 신규참여자에게는 매몰찬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첫 고민은 ‘어떤 형태로 일본시장에 거점을 확보할 것인가?’ 였다.
지사설립, 파트너와의 합작법인설립, 일본내 대리점확보등 일반적인 형태가 있었지만, 모든 안이 EXEM의 당시 상황에 부합해 보이지 않았다.

사용자에게 어느정도의 DB지식을 요구하는 MaxGauge가 매뉴얼화된 작업이 일반화된 일본현장업무에 바로 적용되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현장업무에 맞춰진 활용패턴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지원이 필수적이었기에 대리점을 통한 제품판매는 곤란해 보였다. 또한 일본내의 소프트웨어 판매의 대부분이 SI업체나 IT벤더를 통해 사용자에게 공급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기존의 판매채널을 갖추지 못한 지사설립도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되었다. 지사형태는 또한 흑자를 내지 못하는 조직을 얼마동안 지원할 수 있는가라는 EXEM본사의 체력과 리스크와도 관련된 문제였기에 일단 접어두었다. 마지막으로 EXEM과 MaxGauge의 인지도가 전무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수한 합작법인설립은 파트너사나 EXEM에도 흔쾌히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못 되었다.

그럼 MaxGauge의 기술지원능력이 충분히 확보되고, 툴판매의 채널을 확보하고 있면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우리는 EXEM엔지니어가 대리점안에서 기술지원을 담당하고 대리점은 영업에 전념하는 모델을 선택했다. 내가 이 사업을 위해 적을 세번이나 바꾸게 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첫번째 소속은 물론 EXEM본사였지만, 두번째 소속은 일본총판대리점인 SunBridge-Ansys가 되었다.
첫 단추부터 우리는 운이 좋았다. SunBridge그룹은 ORACLE Japan사의 초대사장을 비롯한 초기멤버들이 의기투합해서 설립한 회사로 일본내 Oracle관련시장에 누구보다도 정통하고 충분한 고객채널을 확보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힘이 되었던 점은 그룹 스스로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및 지원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어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론을 계속해서 증명해 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세번째 적을 두고 있는 EXEM Japan을 설립하는데도 EXEM본사보다 오히려 더욱 적극적이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일본국내 제품사업의 가장 큰 특징인 간접판매방식은, 최종고객이 IT자원에 대한 투자나 운영전반을 특정 IT벤더나 SI업체 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툴구입등도 특정업체의 의견을 존중할 수 밖에 없게 되어있다. 그래서 제품판매사의 입장에서는 그런 IT업체들에 대한 파이프를 최대한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구조는 MaxGauge라는 한국출신의 제품사업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작년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한 고객의 사례를 보자.

FBSC라는 후지쯔계 2차대리점을 통해 판매가 되었는데, 제품를 사용하는 고객과 EXEM-J사이에 3개의 회사가 관련되어 있었다. 이 말은 고객의 제품에 대한 문의사항 하나를 5개 회사가 관련되어 처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고객사를 한번 방문하는데도 각사 관계자들의 일정 및 의견조율이 필요하게 된다. 제품트러블이라도 발생하여 수차례 고객사에의 대응이 필요할 경우에는 얼마나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지 상상이 가는가? 금융파생상품정도는 아니겠지만 관련회사가 늘어날수록 비용도 리스크도 그만큼 증가하기 나름이다.  설치되어 운영중인 제품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원격지원을 해야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관련주체가 각자의 역할을 이상적으로 수행해 낸다면 EXEM-J가 고객을 직접 만날 일은 없을 것인데, 지금 역점을 두고 있는 게 바로 제품교육이나 노하우전수등 2차 대리점이 독립적으로 자기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작업이다.

그래도 역시 회사간의 트랜잭션이 증가하는 것을 해소하기에는 쉽지 않은데, 거의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좋은 방법이 바로 제품자체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버그를 최소한으로 하는 것에서 시작해, 인테페이스를 직관적으로 알기 쉽게, 제품운영이력을 추적가능하게, 현장업무에 맞춰 사용자의 조작을 단순화하는 게 필요하다.

여기에는 매뉴얼등 문서를 포함한다.

툴 자체에서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은 문서를 통해 고객과의 불필요한 트랜잭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품질에 대한 인식는 CEO를 비롯하여 개발자까지 항상 머릿속에 염두해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한순간의 귀차니즘은 수많은 사람을 비롯해 사업전체에 작지않은 민폐를 끼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Real-Time Monitor의 System Monitor의 예를 통해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필요하고 좋은 기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어OS에서의 동작이 불안하고 사용에 몇가지 전제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수개월동안 매번 사용자들로부터 불평을 들어야 했고 결국 기능자체를 삭제해야 하는 굴욕도 감내해야 하기도 했다.


간접판매방식은 걸림돌인 동시에 일본시장의 매력이기도 하다. MaxGauge를 경험한 IT업체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열광하게만 만들면 손안대고 코풀기가 따로 없다. 최근들어 제법 있는 현상이지만, 가만히 있어도 제품견적을 달라는 연락이 오면 그것만큼 흐뭇한 기분도 또 없다. IT업계지도에도 잘 나타나 있지만, 일본시장에서 주요IT기업은 이런저런 관계로 그룹별로 나뉘어져 있고 그중에 흐름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환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것이 내가 할일 중에 하나다.



어떤 해외사업에서도 주의깊게 고려해야 할 것이 본사와 지역법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처음에는 제품지원과 현장에 대한 기술지원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었던 터라 내가 기술부분의 통역창구을 담당했지만 업무량이 늘어감에 따라 통역업무가 본역할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수준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한국과 일본사이의 여러 검토끝에 번역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처음에는 혹시나 잘못된 의사전달로 인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모두가 조심조심했으나 지금은 크게 불편없이 메일을 주고받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제품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이 커뮤니케이션의 대부분인 면도 있었지만, 오랜시간동안 쌓인 서로간의 신뢰가 있음으로 어쩌다 발생하는 오해도 쉽게 해소할 수 있었다. 번역기술의 발전에도 감사를 표하고, 병목현상이 없어짐으로 해서 모두의 업무효율이 쾌적해진 것에 기쁨을 느낀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FBSC와 OKI전기의 두 믿음직한 파트너가 발굴되었고 또 몇개사가 파트너를 희망하고 있어 MaxGauge사업이 안정적으로 전개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기쁨이 되고 있다. 작년에는 참으로 많은 성과를 거둔 한해였다. 몇개의 큰 컨설팅를 통해 MaxGauge의 현장성공사례가 꾸준히 축적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일본의 두뇌집단이라고 불리는 NRI(노무라종합연구소)사가 MaxGauge를 표준툴로 도입을 추진하게 된 것과, 세계최대의 모바일용 음악다운로드 서비스업체인 RECOCHOKU(올 2월부터 LABELMOBILE사가 명칭변경)사가 MaxGauge를 높이 평가하고 도입하게 된 것은 이 사업과 관련된 모든 사람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올해에도 기대가 되는 많은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다. IT업계 특히 데이타베이스 관련 종사자들이 거의 빠짐없이 보고 있는 DB Magazine의 이번달 특집으로 컨설팅사례가 실리게 되어 EXEM기술력을 뽐내게 되고, 4월에는 Oracle Open World Tokyo에 파트너로서 참여하여 공격적인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는 EXEM Japan의 여력이 부족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왔던 EXEM본사의 컨텐츠를 기반으로, 출판 및 세미나를 기획하고 있어 맘껏 일본전역을 EXEM바이러스로 감염시킬 것이다.
그리고 MaxGauge의 후속타로 InterMax가 일본땅을 밟을 날도 멀지 않았다고 공공연히 고객사들에게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1년전만 해도 우리 대표 Mr.Goto가 Japan의 솔루션을 한국으로 역수출해보자라는 나름 꿈이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종종 해왔었는데, 이미 몇가지 아이디어와 방법론이 제품이 반영되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제는 다른 꿈을 얘기할 때가 되었다. 일본사업의 전망과 흐름을 볼때, EXEM Japan의 매출이 EXEM본사의 그것을 넘어 설 거라는(머지않아? 언젠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복이 많았다. 학생시절 나를 가르치셨던 선생님들을 비롯해서 주위에서 도와주신 많은 분들, 그리고 지금도 내 주위에도 엄청난 내공을 가지고 정열을 쏟고 있는 그런 분들이 많다. 머리위로 화-안한 오라와 같은 리더쉽을 발산하시는 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나는 행복하다.

MaxGauge일본사업에 참여하게 된 후 최고의 에피소드는 역시 아내와의 만남이었다.
SunBridge사에 가까이 있는 한국음식점이 계기였기에, EXEM입사를 하지 않았다면, SunBridge-Ansys가 파트너가 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도 홀로 어느 IT현장에서 조용히 고군분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며칠후에 세상빛을 볼 우리 아이와의 만남도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EXEM일본사업에 참여하게 된 나는 줄곧 행운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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