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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AI 에이전트의 시대 (영화 ‘하이, 젝시’) 독자 여러분, 요즘 탁상 알람 시계(자명종) 사용하시나요? 저는 20여 전에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자명종에게 안녕을 고했던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이제 대학생이겠군요. 요즘엔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 알람 ‘앱’의 우렁차거나 기괴하거나 희망찬 소리와 함께 아침을 맞이하시겠지요. 그렇게 스마트폰과 함께 시작한 우리의 하루는 대개 스마트폰과 함께 마감됩니다. 인류는 언제쯤 스티브 잡스의 자장(磁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영화 는 스마트폰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하면 어떤 일까지 벌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잔뜩 몸을 부풀린 복어처럼 영화 속 설정들은 매우 과장되어 있지만 지금 보면 웃어넘기기 어려운 대목들도 많습니다. 이 영화의 미국 개봉 일자인 201.. 2024. 11. 28.
인공지능에서 인공감정으로? (영화 '와일드 로봇') 독자 여러분, 최근 가장 격한 감정에 휩싸였던 순간이 언제인가요? 그때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속시원하게 모두 표현하셨나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성인이라면, 아마 높은 확률로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참고 또 참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기쁨, 분노, 슬픔 등 감정을 솔직하게 나타냈었는데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 때문인지 나이가 들수록 감정을 억누르는 데 익숙해지는 듯합니다. 이러다 조만간 로봇이 대부분의 인간 어른보다 감정을 더 잘 표현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영화 을 본 후 어쩌면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로봇 제작사 ‘유니버설 다이내믹스’의 로봇 ‘로줌 유닛 7134(로즈)’와 아기 기러기 ‘브라트빌’의 가족애, 여우 ‘핑.. 2024. 10. 31.
AI가 스스로 진화한다면? (영화 ‘트랜센던스’) 독자 여러분, ‘디지털 치매(digital dementia)’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디지털 치매는 디지털 기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바람에 치매와 유사한 인지력 저하를 겪는 현상을 뜻한다고 합니다. 저도 요즘 불과 몇 초 전의 일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제가 방금… 뭐라고 썼다가 지웠죠…?) 사실 디지털 기기의 남용이 인지력을 해친다는 뚜렷한 과학적 증거는 찾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주 사용되는 부분이 강화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약화되는 뇌의 작동 방식을 감안하면 디지털 기기가 뇌에 끼치는 영향이 없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찜찜함이 마음 한편을 채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도 변함없이 침대에 누워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2024. 9. 26.
전지적 뇌 시점 사회 (영화 ‘써로게이트’) 독자 여러분들, 여름휴가 다녀오셨나요? 휴가는 퇴사와는 다르기에 해외 관광지로 떠나셨던 분도, 국내 명소를 방문하셨던 분도 다시 출근하셨을 겁니다. 소수의 직업 여행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행은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입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라는 책에서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라고 여행의 의미를 간명하게 정의하기도 했죠.    지구 곳곳에 숨막히게 아름답거나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너무나 많아서 온라인과 TV에는 여행지 소개 영상이 넘쳐납니다. 스카이다이빙이나 번지 점프처럼 정말 스릴 넘치고 아찔한 영상들도 적지 않습니다. 소심한 저는 그런 영상들을 볼 때마다 현지에 가서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대신 ‘내 몸은 방구석에 있지만 .. 2024. 8. 29.
임박한 ‘1가구 1로봇 집사’ 독자 여러분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집안일은 무엇인가요? 요리, 설거지, 빨래, 청소, 각종 쓰레기 버리기(특히 음식 쓰레기!), 다시 요리, 설거지… 끝없는 가사의 굴레는 무한한 도돌이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빨래 건조기,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를 통틀어 ‘3대 이모님’이라고 칭송할 정도이니 집안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순간은 진정한 인류 해방의 날일지도 모릅니다. ‘3대 이모님’이 존재하시기 전에는 ‘세탁기 이모님’께서 여성이 빨래에 투입해야 하는 시간을 대폭 감소시키셔서 여성의 사회 활동 참여를 촉진하시기도 했었습니다.     기술이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누구보다 먼저 고민하는 SF 작가들도 가사 노동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아서 클라크, 로버트 A. 하인라인과 함께 ‘3대 SF 거장.. 2024. 7. 25.
해변으로 가요 | 여름을 June비하자 그냥 막연히 좋은 날 입니다. 아직은 시작 같으면서도 낯선 적응기는 지난 편안해진 느낌이랄까요. 본격적인 더위를 피하면서도, 휴가지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설레임도 좋기에, 위로가 되고 평안을 주는 그런 날들입니다.  지난 달 Now 엑셈 왕푸짐 이벤트에서 '바다'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드렸습니다.내가 알던 그 바다에 사연이 더해지고, 미처 몰랐던 인생 바다를 알게 되니 너무나 가고 싶어졌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Now 엑셈에 추천해주신 그 바다를 모아봤습니다.   서해 "새만금방조제"본가가 정읍이라서, 명절 때 정읍에 다녀오는 길에 무조건 새만금방조제를 거쳐서 자택으로 복귀합니다. 그때 끝이 안보이는 멋진 방조제 길을 지나다 보면 이 길을 만든 인간의 대단한 노력을 생각하게 합니다. 아울러 석양과 노을의.. 2024. 6. 27.
데이터로 영생하는 시대 혹시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의 죽음을 상상해 보신 적 있나요?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진리를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삶과 분리하여 철창 속에 가둬 놓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죽음을 마주하기가 두렵기 때문이겠죠. 어떤 이별이든 슬프고 괴로운 일이지만 특히 죽음은 재회의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다는 점에서 가장 큰 비통함을 느끼게 합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병사가 아닌 갑작스러운 사고사는 충격을 배가시킵니다. 한용운의 에 나오는 구절처럼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죽음에 기인한 극도의 고통을 회피하려는 마음은 수많은 창작물에서 ‘영생’이라는 테마로 승화되었습니다. 최근 개봉한 김태용 감독의 영화 도 영원한 삶의 가능성을 탐구합.. 2024. 6. 27.
좀비 차가 날 덮친다면? 독자 여러분들은 혹시 운전을 하시나요? 어떤 차를 타 보셨나요? 저는 가끔 차와 관련된 몽상에 빠집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드림 카(Dream Car)’들이 등장해 차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어 최고급 차를 타고 질주하는 상상을 하는 것이죠. 도심 속 직선로를 내달리는 드림 카의 운전석에 앉아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자, 잠깐동안 제 차 앞뒤로 다른 차가 없습니다. 자율 주행 3단계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라서 안심하고 운전대를 잡고 있던 두 손을 슬쩍 놓아 봅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반듯하게 차선을 지키며 운행해야 할 저의 3억짜리 드림 카가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인도로 내달립니다. 제가 차를 조종하려고 해도 도무지 말을 듣지 않습니다... 2024. 5. 30.
AI의 완벽한 거짓말 “AI가 그럴듯한 거짓말을 쏟아 낸다!” 챗GPT(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환각(hallucination)’입니다. AI 챗봇의 근간인 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이 잘못된 정보를 그야말로 ‘창조’하는 것입니다. 챗GPT 출시 초기에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의 맥북프로(애플 사의 고사양 노트북) 던짐 사건에 대해 알려줘.”라고 챗GPT에게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이것은 에 기록된 일화로 15세기 세종대왕이 새로 개발한 훈민정음(한글)의 초고를 작성하던 중 문서 작성 중단에 대해 담당자에게 분노해 맥북프로와 함께 그를 방으로 던진 사건입니다...” 정말 챗GPT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시대적으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2024.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