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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HILINNOVATOR |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
    엑셈 뉴스룸/PHILINNOVATOR 2021. 9. 29. 10:33

     

    나 그리고 당신을 위한초연결 시대의 현자 되기프로젝트! 21세기 혼란스러운 초연결 사회에서 중심을 잡고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내용들을 담아 돌아온 필리노베이터입니다.

     

    지난달에 살펴본 기억과 감각의 진화에 이어, 오늘은 사람들마다 다른 행동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유전자인가, 문화인가’, ‘과연 유전자가 문화를 지배하는가, 문화가 유전자를 지배하는가’,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 등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행동 양식의 근본은 유전자인가, 문화인가

    흔히 본성은 유전자의 영역이며, 문화는 양육의 영역이라 말합니다. 피부와 머리색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렇지만 유전자가 같은 쌍둥이라 하더라도 어떤 양육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쓰는 모국어가 한국어가 될 수도, 영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행동을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먼저 살펴봅시다. 그들은 진화적인 관점이 유전적으로 결정된 행동은 설명할 수 있으나, 학습이나 환경과의 접촉으로 이루어진 행동은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더 나아가 대부분의 인간 행동은 학습된 것이기 때문에 진화론은 인간의 행동을 형성하거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들은 몇 가지 패턴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인간 본성에 관한 논의는 진화 심리학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인간의 행동을 형성하는 원인 분석 논의는 인간 행동 생태학에서 다뤄집니다. 더불어 최근에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이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유전자와 문화는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공진화한다는 주장입니다.

     

    다양함의 문화

    인간 개개인은 모두 다릅니다. 인간이 모여 만든 문화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 다양함의 숫자는 어떤 생물종보다 압도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체로서 인간의 다양함은 유전자에 의해 설명되지만, 인간 집단의 다양함은 유전자의 변형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듭니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문화, 종교, 가치가 존재합니다.

     

    인간 집단의 다양함은 문화의 측면에서 들여다봐야 설명이 가능합니다. 다윈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생물의 여러 형질들이 유전자에 의해 지배된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다른 동물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고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예외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문화입니다.

     

    문화란 무엇일까요? 이 정의를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인류학에서는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믿음과 가치의 구조라 합니다. 생물학자들은사회적 학습을 통해 전해 내려가는 행동 양식을 문화라 부릅니다. 그리고 진화 인류학에서는인간의 유전자를 통해 내려가는 것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 정보’, 지식과 이념, 믿음, 정신 가치를 문화라 정의합니다. 일단 여기서는 마지막 정의를 사용해서 다음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인간의 문화도 다른 생물학적 형질처럼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일까요?

     

    문화는 유전자와 독립적이라는 주장

    세상에는 다양한 문화가 있지만, 사람들의 유전자는 아주 비슷합니다. 게다가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는 거의 대부분 신석기 혁명 이후에 탄생한 것입니다. 유전자의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문화란 유전자와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학자들은 종종 문화가 인간성을 규정하는 유일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어날 때는 모두 백지상태인데, 어떤 양육과 교육을 받는지에 따라서 어떤 인간도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를빈 서판(The Blank slate)’ 가설이라고 합니다.

     

    '내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더라면 훌륭한 학자가 되었을 텐데'

    '저 범죄자는 너무 불우한 환경 때문에 죄를 저지른 거야'

    '정신장애는 모두 문화적 환경의 부산물이야'

     

    이런 말들은 모두 이러한 입장을 대변합니다. 환경결정론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심지어 프랑스의 사회학자 다비드 에밀 뒤르켐(David Émile Durkheim, 1858~1917)은 사회적 현상은 오로지 사회적 현상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고 단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면 다음의 질문에 대해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과연 최초의 문화는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요? 환경을 바꾸면 모든 사람이 모차르트가 될 수 있을까요? 유전자와 완전히 독립된 문화는 이러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합니다.

     

    문화는 생물학의 한 분야일 뿐이라는 주장

    앞서 말한 주장과 정반대의 입장입니다. 유명한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가 제안하며, 이른바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 가설이라고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문화적 현상은 유전자가 운반체, 즉 인간의 몸을 벗어나서 벌이는 표현형일 뿐이라는 과격한 주장입니다. 이 가설에 의하면 아주 사소한 문화적 현상들도 사실은 모두 유전자의 지시에 의해 일어납니다. 윤리와 도덕 등의 거대한 문화적 현상뿐만 아니라, 개인이 선호하는 음악 장르나 음식 종류, 옷차림 등도 알고 보면 유전자가 지배한다는 것이죠.

     

    '저는 무죄입니다. 단지 제 몸 안에 살인을 지시한 유전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유전자가 죄가 있을 뿐, 저는 무죄이니 풀어주십시오.' 미국에서 있었던 살인범 재판에, 정말 이렇게 항변한 피고가 있었습니다. 물론 터무니없는 이야기입니다.

     

    유전자가 문화를 결정한다면,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만약 문화가 생물학의 한 분야일 뿐이라는 주장이 옳다면, 우리는 거의 비슷한 유전자를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왜 이렇게 많은 문화가 존재할까요? 심지어 일부 문화는 완전히 상호 배타적이기도 합니다. 소를 먹지 않는 인도인과 돼지를 먹지 않는 이슬람인은 정말 유전자가 다를까요? 확장된 표현형 가설은 이런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밈 가설

    이처럼 문화 결정론과 생물학적 결정론이 가진 단점으로 인해 몇몇 절충적 주장이 제시되었습니다. 그 중 요즘 유행하는 가설이 바로(Meme)’ 가설입니다. 밈 가설은 다윈의 주장을 차용한 것입니다. 다만 유전자를생각으로 바꾸었습니다. 밈은 유전자처럼 개체의 기억에 저장되거나 다른 개체의 기억으로 복제될 수 있는 비유전적 문화요소 또는 문화의 전달 단위로,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소개된 용어입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처럼 자연 선택되는 생각을 밈이라고 부르자고 했습니다. 언뜻 보면 아주 기발하고 멋진 착상입니다. 심지어 인간의 뇌가 커진 것도 더 많은 밈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의문이 듭니다. 밈은 그 자체로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유전자는 서로 구분되는 실체가 있지만, 밈은 섞이면 그 실체가 사라지는데 어떻게 각각의 밈이 경쟁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밈은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이중 유전 이론

    다른 형태의 절충주의적 주장도 있는데, 이른바이중 유전 이론(Dual Inheritance Theory)’이라고 합니다. 밈 가설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밈이라는 것은 상상의 존재일 뿐이며, 인간 문화의 자율성 자체가 바로 호미닌(hominin, 분류학상 인간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종족)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것입니다. 문화적 유연성자체가 바로 생물학적 표현형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가설은 제법 설득력이 있습니다. 새로운 행동 양식을 창안하거나 혹은 이를 신속하게 모방하는 경향은 급격한 환경 변화를 극복하는데 아주 유리한 형질입니다. 호미닌이 살아야 했던 환경이 바로 그랬습니다. 모두 나팔바지를 입는 문화에서 스키니진을 입는 혁신꾼, 그리고 이를 신속하게 모방하는 모방꾼, 이들이 주기적으로 벌이는 협주곡이 바로 유행이고, 또 문화라는 것입니다.

     

    유전자-문화 공진화

    하지만 앞선 가설들보다 가장 유력하게 여겨지는 가설이 있습니다. 바로유전자-문화 공진화 이론(Gene-Culture Coevolution Theory)’입니다. 이는 문화와 유전자가 서로 자율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유연한 끈으로 묶여 있다는 주장입니다. 즉 문화는 독립적이지만, 유전자의 이득을 해칠 정도로 멀리 도망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살 문화 같은 것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문화가 자율적이라고 해도, 모두에게 너무나도 큰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진화 가설에 의하면 유전자도 문화에 의해서 강하게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한 후에는 후두를 높게 위치시키는 유전자가 대단히 불리해집니다. 기도로 음식이 넘어가는 것을 예방하는 엄청난 유익에도 불구하고, 말을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높은 후두 유전자는 문화에 의해서 이내 사라졌다 볼 수 있습니다.

     

    유전자-문화 공진화 가설에서 문화는 진화하는 체계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인간 집단의 다양한 변이뿐만 아니라 거대한 문명도 진화하는 문화의 결과물인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대표적 학자인 피터 리처슨(Peter J. Richerson, 1943~)과 로버트 보이드(Robert Boyd, 1948~)는 그들이 공저한 『유전자만이 아니다』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하여 정리합니다.

     

    “오직 인간만이 누적적인 문화적 진화의 수많은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누적적인 문화적 진화란 수많은 세대에 걸쳐서 전달되고 전수되어 결국 복잡한 인공물이나 행동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진화하는 문화는 유전자에서 개체로 이어지는 진화 경로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문화는 유전자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진화가 가능하고, 그로 인해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거대한 문명을 구축하고 가장 성공한 종으로 발현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마치며

    지난번 기억과 감각의 진화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뇌와 문화의 공진화라는 큰 주제 아래, ‘, 본성과 양육, 사회성과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다루겠습니다.

     

    초연결 시대의 현자가 되는 그날까지, 필리노베이터는 이어집니다.

     

     

     

     

    기획 및 글 | 엑셈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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