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혹시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 중 한 사람이 떠오르시나요? 인간은 무한하게 이기적이지만 무모하게 이타적이기도 해서 자신을 희생해 타인을 살리기도 합니다. 심지어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 위험에 처해 있어도 본능적으로 몸을 던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만약 어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죽는다면(파괴된다면), 우리는 그 로봇의 행위를 숭고한 희생이라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로봇이 제값 했다고 생각할까요?
영화 역사 상 가장 위대한 SF영화로 손꼽히는 <터미네이터 2(Terminator 2: Judgment Day)>에 등장하는 ‘터미네이터(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미래의 인류를 지키기 위해 용광로 속으로 사라지며 엄지를 치켜드는 장면은 많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요즘 강아지와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과 식물들뿐만 아니라 무생물인 돌멩이에 마음을 쏟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니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도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겁니다. 자, 여기까지는 고도로 발달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유토피아를 상상해 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로봇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SF영화에서 로봇은 인간을 해치고 지배합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2>의 이 장면을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영화 <터미네이터 2>의 영어 부제인 Judgment Day, 심판의 날은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심판하는 날을 뜻합니다. 이 영화에서 인공지능 시스템인 ‘스카이넷’이 인류에 대항하여 일으킨 핵전쟁이 발발하는 1997년 8월 29일이 ‘심판의 날’이고 무려 30억 명의 인류가 사망합니다. 올해가 2025년이니 영화 속 비극이 현실화되지 않고 거의 한 세대에 가까운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묘사되는 기술 발전 속도보다 실제 속도가 느린 것이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CES 2025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소개한 ‘코스모스(Cosmos)’를 보고 나서 마음이 뒤숭숭해졌습니다.
[엔비디아의 '코스모스'(NVIDIA Cosmos)는 물리적 AI 개발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입니다.]
쉽게 말해 ‘코스모스’는 인공지능이 마음껏 뛰어놀며 성장할 수 있는 가상의 놀이터입니다. ‘코스모스’는 대규모 데이터 세트로 훈련된 심층 신경망인 ‘World Foundation Model’, 텍스트를 토큰으로 분할하는 ‘Tokenizer’, 가드레일, 가속화된 영상 처리 파이프라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프롬프트를 수집하여 가상 세계를 동영상 형태로 생성합니다. 수천 킬로미터의 실제 주행 거리를 수십억 킬로미터의 가상 주행 거리로 변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코스모스’는 로봇, 자율주행차, 비전 AI 등 다양한 AI 기술이 비약적인 속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비옥한 토양이 될 듯합니다. ‘코스모스’를 활용하면 개발자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AI 모델을 훈련하고 테스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e/acc’가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e/acc’는 'Effective Accelerationism(효과적 가속주의)'의 약자입니다. ‘e/acc’ 지지자들은 AI를 비롯한 기술의 진화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규제 없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할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1월 20일에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의 AI 행정명령을 폐기해 AI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입니다. 미국 빅 테크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고 미국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과의 격차를 더 벌리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기술의 발전도 좋지만 이러다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처럼 AI가 인간을 심판하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끝)
글 | IR/PR팀 김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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