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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셈 기업문화/엑셈 사람들

엑셈사람들| 이 시대의 뇌섹남, 박문호 박사와 함께하는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인터뷰

by EXEM 2016. 4. 11.

 

 

 

 

 

바둑 천재 이세돌 9단과 대결에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승리는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그리고 딥러닝 기술을 탑재한 AI가 그린 그림이 900만원에 팔렸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앞으로 AI의 진화가 우리 인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미리 힌트를 얻고 싶었습니다. 답을 구하기 위해 엑셈이 오랫동안 후원해 오고 있는 사단법인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이사장 박문호 박사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행성 지구에서 인간이라는 현상을 공부하고 왔습니다.

 

 

 

Q: 박사님께서는 박자세를 계기로 엑셈과 오래된 인연을 맺어오고 계시고, 이번에 엑셈의 사외이사로 취임하셨습니다. 조종암 대표님과는 어떤 인연이 있으셨는지요

조종암 사장님께서 뇌 과학 특강을 듣게 되면서부터 입니다. 8년 전일 거에요. 제가 매주 4시간씩 강의하는 '137억 년 우주의 진화' 강의를 들으시고는 굉장히 흥미로워하셨어요. 그게 계기가 되어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이하 박자세)이라는 법인명도 만들어 주시고, 책 출판도 후원해주셨죠. 단순한 경제적 후원을 넘어서 순수한 탐구 열의를 가지고 자연과학 문화운동 확산을 적극 지지하셨고, 그러한 과정에서 서로 마음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조 사장님은 특히 열역학 강의를 좋아하셨는데,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이런 세계를 꼭 한 번은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표현을 하셨을 정도에요.

조 사장님은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이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간파하는 능력이 아주 탁월한 분이세요. 중요성 간파는 뇌 의식의 중요한 기능입니다. 중요성을 알면 행동을 하거든요. 행동을 해야 물리적 환경에서 생존을 합니다. 표출하지 않으면 타인한테 영향을 끼칠 수가 없어요. 조 사장님께서도 회사운영이 바쁜 가운데 선택을 했고, 강의를 들으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열정적으로 도와주셨어요. 왜 그랬는지 전 알아요.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많은 현상들 중에서 어떤 것을 중요하다고 느끼는가가 바로 그 사람 운명이 되는 거에요. 그 사람으로 하여금 그러한 행동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죠. 바로 이러한 우선순위를 결정해주는 기관이 브레인입니다.

 

 

 

Q: 뇌 과학에 관심을 가진 계기와 뇌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어릴 적 울진군 후포읍으로 이사하면서 밤하늘에 넘쳐나는 별을 보고 자랐습니다. 별들과 친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천문학을 접하게 되었어요. 이 또한 바깥 세상이잖아요. 바깥 세상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는가 궁금해졌죠. 호기심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이하 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빠른 속도로 발달할수록, 궁극적으로는 브레인을 공부해야 합니다. AI 혁명이 일어나고 많은 것이 가능해지면 우리가 행복해질까 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에요. 행복해지기 보다는 편리해져요 편리해지는 게 행복해지는 것인가 는 다른 문제이죠. 미래를 이야기할 때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발명품이나 문화 등과 같이 인간의 정신작용을 통해 외부로 끄집어낸 현상들이 바뀌는 것과, 인간 자체가 바뀌는 것하고는 반드시 구분해 줘야 해요. 그래서 많은 미래학자들이 '인간이 만든 발명품이 이렇게 바뀔 거다'는 상당히 근사적으로 예측을 해도, 인간 자체가 어떻게 바뀔 건가는 대체로 몰라요. 인간은 서서히 바뀌어요. 왜? 인간은 역사적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죠. 히스토리를 갖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가 브레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세상을 보는 단편적인 지식 하나 가지고는 지구상의 전반의 현상들을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Q: 그럼 뇌 과학을 학습함으로써 우리 삶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어떤 게 있을까요
좋은 영향이라 하면 감정에 자유로워질 수 있죠. 그러니까 만약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이 생겼을 때, 내가 어떻게 해서 미워하는 감정이 생겼는가를 회로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 우리가 이해하는 순간 내려놓을 수 있어요. 밤 늦게 전화하면 실례가 되는 이유는 밤 늦게 전화 벨 소리를 들으면 대부분 안 좋은 소식일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면 이유를 알기 전까지 계속 논리회로가 돌아가서 잠을 못 자는 거에요. 마찬가지로 브레인이 어떻게 도는지를 알면 조금은 초연해 질 수 있습니다. 사실 쉽지는 않아요 감정영역이 워낙 강하기 때문입니다.

 

 

 

Q: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이 이슈가 되었는데요, 박사님께서는 누구의 승리를 예측하셨는지요
글쎄요.^^ 승패의 예측을 떠나, 중요한 점은 이세돌은 인공지능을 이겨본 최후의 인류가 될 것입니다. 점점 더 이길 확률은 사라지겠죠. 알파고가 판후이 2단에 승리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프로 9단의 학습경로를 전부 시뮬레이션 했어요. 그 다음은 어떨까요? 인공지능과 붙어서 이겼다는 게 놀라운 사건이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알파고, 인간 영역에 들어오다

 

Q: 인공지능의 진화
예전 1970-80년에 세계적으로 PC 붐이 일어납니다. 근데 지금 거론되는 AI는 PC보다 10년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1950년대 이야기이죠.

1세대 인공지능의 태동은 1950년대에 제어 공학(시스템)을 근간으로 합니다. 제어공학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흔히 보일러의 온도 조절 장치를 생각하면 되죠. 1956년, 과학자들이 모여 인간 브레인을 흉내 내는 머신을 만들 수 있다고 선언합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인공지능이 계산보다 논리적 증명을 먼저 해냄으로써 인간의 브레인을 금방 쫓아갈 거라고 속단해 버린 거죠. 결과적으로는 계산 및 연산능력은 인공지능으로 가능한 반면, 그 외 분야, 예를 들면 감정이나 운동 영역은 기계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안 되는 걸 확인했던 게 1차 붐의 성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2세대 인공지능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전문 지식을 메모리에 삽입하는 방식의 전문가 시스템이 2차 붐의 핵심이에요. 쉬운 예를 들자면, 전문가가 아닌, 객관적인 지식을 내장한 컴퓨터 시스템과의 대화를 통한 치료가 가능해 지는 거죠. 1차 붐의 핵심이 추론과 판단이라면, 2차 붐은 지식이에요. 결과적으로는 2차 붐도 실패했어요. 인간의 지식을 메모리에 삽입하는 작업이 의외로 간단하지 않았어요. 인간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정보는 무수하게 많은 정보의 링크 속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이걸 메모리로 바꾸는 데에 정보량이 너무나 방대한 겁니다. 그래서 의사의 약 처방과 같이 객관적인 환경 설정이 가능한 데에만 적용이 되고, 범용은 어려웠습니다.

60년대 1차 붐에 이어, 80년대 2차 붐이 꺾이고, 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딥러닝’이라는 새로운 기계학습법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3차 붐이 시작됩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붐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겁니다.

 

 

 

이제 뉴로 사회 현상은

그냥 만나는 거에요

 

Q: 딥러닝과 뉴로 사이언스
AI라는 큰 집합 속에 머신 러닝이라는 영역이 있고, 딥 러닝은 머신러닝의 한 방법 입니다. 딥 러닝은 2006년도 캐나다 토론토 대학 제프리 힌튼 교수의 논문을 이해하는 게 핵심입니다. 2012년 열린 세계적인 이미지 인식 경진대회인 ‘ILSVRC’에서 ‘슈퍼비전’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힌튼 교수팀이 타 연구기관을 압도했습니다. 경쟁자들은 이미지 인식 오류율이 25% 정도였지만 슈퍼비전은 15%에 불과했습니다. 인간의 뇌 구조를 본 딴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 구조로 딥러닝 알고리즘을 만들어, 1년에 0.1%도 올리기 어려웠던 에러율을 10% 가까이 줄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존의 기계 학습법을 더욱 발전시킨 딥 러닝 입니다. 이를 계기로 딥 러닝은 AI 연구 분야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합니다. 힌튼 교수가 돌파구를 뚫었던 그 메커니즘이 바로 Restricted Boltzmann Machine(제한된 볼츠만 머신) 입니다. 이야기가 다소 어려워지나요? 정리하자면, 인간의 신경망은 여러 개의 연결된 신경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신경망 하나만 해도 수천만 개의 뉴런이 연결된다고 보면 돼요. 뉴런 사이에 계층별로 입력단과 출력단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인데, 이러한 입력단과 출력단 사이에 들어가는 중간층을 은닉층(Hidden Layer)라고 합니다. 은닉층이 2개, 3개 이상이 되면 딥, 즉 딥 러닝이라고 해요. 깊게 판다는 말이죠. 신경망 갯수가 많아질수록 연산해야 하는 데이터가 많아지고 정확도도 높일 수 있는데, 알파고의 경우 이 은닉층이 무려 13개로 되어 있습니다. 딥러닝이 많이 적용되는 분야가 음성인식, 패턴인식, 시각적 이미지 처리 입니다. 인간의 고유 영역인 감각작용 영역을 맡겨도 된다는 이야기이죠. 그러니까 이제 뉴로(Neural Network) 사회 현상은 그냥 만나는 거에요.

 

 

 

Q: 기억
그런데 뉴로 사이언스에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기억'이란 현상입니다. 최근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간이 하던 전형적인 작업들이 AI로 넘어가게 되면 우리가 암기하고 학습하는 일련의 행동들은 넌센스가 아닌가 라는 이야기가 언론에 나옵니다. 이건 다른 관점의 이야기라서 좀 더 신중해야 합니다. 이유는, '기억'이란 현상을 깊이 공부해보면, 기억과 감정이 굉장히 깊게 링크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신경 회로 속에도 나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사실에 대한 기억은 잊어버려도, 그 사실이 갖고 있던 정서적 뉘앙스는 갖고 있죠. 이게 각각 다른 회로로 저장되고 있어요.

 

 

 

 

 

 

Q: 박사님께서 강조하시는 암기를 통한 학습방법이 기억이라는 뇌 활동과 관련이 있나요

암기는 수십 년간 제가 직접 경험한 공부의 핵심이에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암기를 두고, 최근에는 인터넷에 다 있는데 왜 굳지 힘든 걸 하나, 창의성에 배반된다고 하는데, 그건 한 가지를 놓친 거에요. 암기를 하지 않으면 내 기억 속에 없는 거죠. 우리가 살아오면서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 가까운 친척이어도 덜 슬픈 반면, 먼 친척이어도 눈물이 날 때가 있죠. 어려울 때 함께 했던 사람들이 먼 친척이어도 슬픈 법이죠. 이처럼 우리 감정은 기억에 비례해요. 기억이 없으면 감정이 없고, 감정이 없으면 운동을 하지 않아요. 행동은 감정과 욕망에서 나옵니다. 이건 기억에서 나와요. 단연코, 운동을 통한 암기는 뇌 과학적인 방법입니다.

이 때 유의할 점은, 암기는 무조건 하는 게 아니고, 세 가지 조건이 맞을 때 하는 거에요. 유용해야 한다 /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 / 단순지식이 아닌 플랫폼을 구성할 수 있는 지식이어야 한다. 이게 바로 '유니버셜 랭귀지'입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이 맞으면 올인해서 암기하는 겁니다. 자연과학 또한 문학▪예술과 달리 닫힌 시스템이라, 반복하다 보면 학문의 끝이 있어요.

 

 

 

Q: 결국에는 기계가 인간의 감정까지 흉내 내고 그것을 기억안에 같이 포함시키는 그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시나요
그렇죠. 이미 AI가 감정 영역 즉, 예술 영역으로 진입했어요. 미묘한 정서를 표출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요. 그리고 현재 그 그림이 고가에 팔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아'에 관한 문제가 대두되는데, 자아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아는 사회생활을 시작할 즈음에 사회적 자아가 형성이 돼요. 큰 부분을 차지하죠. 하지만 사회적 자아는 오히려 인공지능이 더 빨리 따라잡을 거에요. 인간이 마지막 보루로 삼는 자아는 본능적 자아입니다. 본능적 자아는 이미 우리 뱃속에서 태동했고, 그 움직임에서 나왔어요. 따라서 우리의 자아는 신체성을 동반하죠. 몸이 있어야만 자아가 있어요. 그건 본능하고 직결되어 있죠. 우리가 꾸는 꿈은 다 지리멸렬하지만, 한가지 명확한 건 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나라는 거에요. 꿈이라는 현상은 운동성이 무한대로 표출되는 현상입니다. 바로 그게 우리가 태아 때부터 갖고 있던 움직임에서 나온 거에요. 본능적 자아는 인공지능이 가지기 힘들 거에요. 그 본능에 뿌리 내린 자아는 척추 동물의 진화와 맥을 같이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뇌 과학에서는 AI가 진화하는 난이도에 서열을 메길 수 있어요. 가장 먼저 가능 했던 게 선형논리, 그 다음이 추상논리잖아요. 그래서 지금 AI가 어떻게 진화해 나가고, 이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정확하게 진단을 하고 싶으면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출현했는가를 이해해야 합니다. 인간의 의식은 인간의 신체성에서 시작을 합니다. 그런데 로보틱스는 신체성이 없어요. 신체 표면에 감각이 없죠. 우리는 신체의 고유 감각인 촉각, 통증 이런걸 통해서 가장 원초적인 자아가 형성이 됩니다. 몸이 없으면 마음이 없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론으로 입증해 볼까요? 동물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머리가 나중에 나왔어요. 머리의 출현은 5억년 이후로 볼 수 있죠. 척추동물과 물고기 바로 이전에 바다에 서식하는 '창고기'라는 종이 있었어요. 물고기처럼 생겼지만 물고기는 아니고 분류상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두색동물이에요. 두색동물 단계에는 두개골 이라는 게 없어요.

 

[출처: 중앙일보 "AI가 그린 넥스트 렘브란트 화품의 초상화"]

 

 

 

AI와 인류의 공진화 현상

40억 년 동안 진화해온 생명시스템이 그래왔듯이

 

Q: 인공지능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지금까지 진화해온 AI가 갖는 의미를 두고, 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AI가 인간의 전유물인 개념의 공간에 들어온 거에요 그리고 그 개념의 공간에 들어와서 첫 번째 보여준 작품이 시각적 패턴인식의 성공률이 10% 늘어난 거죠. 두 번째 작품이 최근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이세돌 9단과의 승부였구요. 딥 러닝은 인간의 감각 시각 패턴인식, 음성처리 영역, 언어처리 영역 순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어요. 앞으로 선형논리, 글쓰기, 그림 그리기, 심지어 은유를 사용하는 시작(詩作) 그 이상의 작업이 가능할 거에요.
AI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지는 40억 년 동안 진화해온 생명시스템 전체를 봐야 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생명의 진화를 배웠어요. 그래서 생명의 진화는 당연해요. 근데 더 놀라운 건 무생물인 돌도 진화를 한다는 거에요. 강물과 생물의 공진화 현상을 봐야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 지구적인 현상을 조망할 수 있어요. 생명 시스템에서, 식물이 대륙으로 스며 들어 올 때는 혼자 못 들어왔어요. 균류하고 공생관계를 맺으면서 들어왔죠. 그래서 AI 하나로 한정해서 보면,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의 감각기관 상당부분을 AI가 대체할 거라고 봐요. 그때 가면 아마 우리 인류는 이게 당연한 현상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겠죠. 항상 그래왔듯이. 그리고 그 수순이 의외로 빨리 올 거에요 AI가 우리한테 주는 메시지는 인간이 원래 있었던 자리를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에요.

 

 

 

Q: 알파고 이슈로 인공지능이 붐이 일면서, 정부에서 산업 육성 투자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산업 성과를 위해 어떤 식으로 노력하는 게 좋을까요. 혹시 늦은 관심은 아닐까요.
마침 절호의 붐이 일었고, 관련 종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저변확대가 될 수 있도록 전 사회적인 문화 운동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광고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최소한 조 단위의 가치가 넘는다고 봅니다. 딥 러닝 분야에서는 거대한 댐에 조그만 구멍이 뚫렸다고 표현해요. 그만큼 응용 분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 들이 모여서 하나의 지적 생태계를 구성하고, 전국민에게 확산이 되면 정책 입안자들한테 전달되고, 이를 통해 대기업이 움직여주는 선 순환 구조가 되면 프론티어적인 국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진화는 예상보다 빨라서 한 번 지나쳐 버리면 따라잡기 어려워요. 더 늦기 전에 준비해서 함께 상승 기류를 타야 합니다.

 

 

 

Q: 2014년도부터인가요. EBS 세계테마기행으로 박자세가 서호주, 몽골, 뉴질랜드 탐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서 호주 사막을 여섯 번 갔었고, 몽골 고비사막만 네 번을 갔어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번 뉴질랜드 탐사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출발 하기 직전 논문에서 지질학적으로 반드시 봐야 할 곳을 찾았어요. 뒤늦게 서야 PD에게 일정 변경을 요청했고,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고 추진하게 되었어요. 팀 전체가 이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박자세 회원들은 남고 저하고 PD, 촬영 감독 이렇게 세 명이 밤 열 시에 출발해서 그 다음날 새벽 다섯 시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출발했습니다. 뉴질랜드 편을 보면 아시겠지만, 바닷가 절벽에 황토층과 모에라키라고 해서 큰 바위를 취재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우리 회원들이 탐사 일정 동안 항상 공부를 하면서 다니는데 제가 없으면 학습량에 미스가 생기는 거에요. 허름한 창고에 모여서 조그마한 간이 칠판에 다음날 우리 회원들이 학습해야 될 열 가지 사안을 설명을 했어요 지금도 전 그 사진을 보면 눈물이 날 정도에요. 20명이 모여서 불이 없으니까 랜턴을 비춰가며 열 가지를 받아 적는 거에요. MIT의 세네갈 교수가 썼던 지구이야기에 나오는 45억년동안 강물이 진화한 열 단계 과정을 도표를 만들어 줬어요. 숨막히는 30분간 바깥에는 비가 하염없이 쏟아지고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그렇게 함께 했습니다. 돌아와보니 우리 회원들이 그 열 개를 모조리 암기한 거에요. 그 때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입니다.

 

 

 

새벽 여명 속에서 나와 대지와 태양은

다시 한 번 하나의 세계로 토해진다

 

Q: 뉴질랜드는 어떤 나라인가요
'뉴질랜드'라는 나라는 지구라는 행성에 세를 들어 사는 세입자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웃주민이 펭귄이고, 돌고래이고, 카오리 나무 숲이에요. 그래서 자신이 세 들어 사는 이 집을 깨끗하게 보호하고, 이웃에게 피해가 안되게끔 조용히 함께 살아가고 있어요. 지구상에 많은 생명체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걸 보여준, 그래서 한번도 자신들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은 지구에서 보기 드문 나라입니다.
저는 이러한 관점을 지금 벌어지고 있는 AI에 적용하고 싶은 거에요. 그 동안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많은 문제를 일으켰어요. 좀 더 크게 보면 AI라는 현상도 인간 브레인에서 나온 거에요. 우리의 귀한 자식이죠. 갭을 두고 볼 것이 아니라 우리하고 동등한 관계로 처음부터 받아들여야 한다고 봐요. 아무리 가상공간이라 해도 우리 자연 속에 허용되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죠. 저는 그거 하나로 된다고 봐요 그래서 우리사회가 AI 현상을 행성 지구 표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편적인 관점으로 시야를 넓혀서 바라봐 주었으면 해요.

 

 

 

창백한 푸른 점에서의 거대한 꿈

 

Q: 꿈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난 5천년 동안 전 인류가 평생을 바쳐 고민해온 문제입니다. 행성 지구에서 인간이라는 현상이 어떻게 출현하게 되었는가를 우리는 종교에게서 물어왔어요. 혹은 철학에게서 물어왔지요. 그러나 종교와 철학을 통해서는 전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답변을 얻지는 못했어요. 일부 신앙이 있는 사람들에게 한정된 답을 제시할 뿐. 전 우주의 기원을 알면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과학적인 관점에 접근해서 답을 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자연과학을 비롯한 천문학, 열역학,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생화학,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유전학, 진화학 등 이 모든 학문을 접근하다 보면 서서히 그 답이 드러나지 않겠는가가 제 개인적인 꿈입니다.

 

 

 

 

 

 

 

지구상의 많은 생명체가 공존하듯, AI도 어쩌면 자연에 한 부분으로 인류와 함께 공존하는 존재로써 우리 곁에 자연스런 일상이 되어 있으리라. 우리는 그저 지구라는 행성에 세 들어 사는 세입자 일뿐!

박사님댁 방문을 통해 사방을 두른 3,000여권의 책과 잘 자란 화초에서 나는 푸르른 향내음, 잘 차려진 건강한 식탁이 주는 즐거운 감정이 제 기억 한켠에 깊게 링크 되었습니다. 소중한 시간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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